며칠 전 친구 한 명이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습니다. 잘나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던 친구였는데, 뜬금없이 회사를 그만뒀다는 거예요. 이유가 뭔지 물었더니 '더는 재미가 없어서'랍니다.
처음엔 좀 뜬금없었죠. 월급 많지, 사람들한테 인정받지, 해외 출장에 옵션까지... 겉보기엔 ‘이만하면 됐지’ 싶은 커리어였거든요.
근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요즘 이런 얘기 은근히 자주 듣습니다. 성공했는데도 공허하다는 사람들. 일이 싫어진 것도 아니고, 환경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 무기력해지고, 다 놓고 싶어지는 거.
이건 단순히 번아웃이라기엔 뭔가 다릅니다.
성공 = 행복? 그렇게 단순하지 않더라고요.
사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성공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공식을 세뇌당하다시피 배워왔습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 명함에 들어갈 그럴듯한 직책. 이걸 이루면 '행복이 자동으로 따라올 것'처럼요.
근데 막상 그 자리에 도달해보면, 생각보다 별 거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오히려 문제는 그 다음에 옵니다.
“내가 이러려고 이렇게까지 달려왔나...” 싶은 순간이요.
처음엔 보너스가 기뻤고, 직함이 자랑스러웠는데, 점점 감흥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새로운 타이틀을 달아도, 공허함은 가시질 않아요. 더 높이 올라가도, 결국 혼자라는 기분.
행복은 ‘결과’가 아니라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중요한 건, 내가 뭘 성취했느냐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느냐인 것 같습니다.
성공은 결과물이고, 행복은 경험입니다.
하나는 사진으로 남기고 자랑할 수 있지만, 하나는 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감정이죠.
좋은 성과를 내도, 매일이 불안하고 긴장 속에 살면 행복하긴 어렵습니다.
반대로 뚜렷한 업적은 없어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내가 하는 일에 의미를 느낀다면 그건 꽤 괜찮은 삶 아닐까요?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혹시 우리가 진짜 원하는 건 ‘성공한 삶’이 아니라, ‘내가 납득할 수 있는 삶’이 아닐까 하고요. 남들이 박수치는 목표보다, 내가 편안해지는 일상.
물론 둘 다 가질 수 있다면 가장 좋겠죠. 하지만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온다면, 그땐 조금 멈춰서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내가 가는 이 길이, 정말 나를 위한 길인가?” 성공을 원망할 필요는 없지만, 그걸 행복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건 위험할 수도 있거든요. 적어도, 제 친구는 그걸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 같아요.
행복은 어쩌면, 방향을 다시 묻는 그 순간에 피어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성공은 방향이 아닙니다. 하나의 이정표일 뿐이에요. 우린 그 이정표 앞에서, 다음 길을 선택할 용기가 필요하죠.
가끔은 돌아가는 길이 더 따뜻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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